"불안해 죽겠어요."
"불안해서 죽은 사람 없습니다."
요새 많이 불안하시죠? 우리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안보 상황도 불안하고 직장생활, 인간관계, 미래도 걱정거리 투성입니다. 저도 불안합니다. 안정된 환경을 벗어나 개원을 하고자 하니 불안해집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고. 정신과 의사도 똑같죠? 현대사회에 불확실한 일이 많아지다 보니 불안이 더욱 흔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 불안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사실 살기 위한 본능입니다.
등산을 하는 도중 언뜻 뱀을 봤습니다. 깜짝 놀라죠. 땀도 나고 심장도 벌렁거리고 호흡도 가빠집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긴 나무 막대기였네요. 휴~ 놀랐던 몸도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이때 뇌에서 벌어진 일을 살펴볼까요?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편도'라는 곳이 있습니다.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뇌 부위죠. 뱀을 봤으니 깜짝 놀라는 신호를 온 몸에 전달합니다. 싸우든가 도망가든가 할 수 있게 몸을 준비시키죠. 그래서 가슴도 뛰고 숨도 가빠지는 겁니다.
그 다음에 다소 느리지만 고차원적인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 역할을 합니다. "자세히 보니 나무막대기다. 놀라지마" 하는 신호를 보내 몸과 마음을 다시 안정을 찾게 해줍니다.
불안한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안은 없애야 할 '적'일까요?
아닙니다. 불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시험이나 발표 전날 불안하고 긴장을 해야 열심히 준비를 합니다. 잘 준비해서 좋은 성과를 얻게 해주죠. 하지만 그러한 긴장과 불안이 과도해지면 어떤가요? 막상 외웠던 것도 기억이 안 나고 머리가 하얗게 돼서 준비한 것도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즉, 중요한 것은 불안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는 것이죠.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다 다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이 사는데 도움을 주기 보다는 불편하고 방해가 되는 사람입니다. 사소한 일에 남들보다 10배 이상 불안해한다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을 안고 잠을 못 자고 먼 미래의 일 걱정하느라 오늘 당장 할 일을 못하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불안할 일도 많고 불안한 정도도 심하다 보니 신체도 지칩니다. 항상 긴장에 있으니 머리와 목도 뻐근하고 어깨도 자주 뭉치고 소화도 안되고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고 늘 피곤합니다. 이렇게 불안이 적이 되어 버린 상태를 '불안장애' 라고 합니다.
치료는 크게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불안한 상황을 자꾸 피해서 사회생활 하기가 힘들면 인지행동치료가, 불안으로 인한 신체증상에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나 보통은 무엇이 먼저냐를 따지기 어렵게 회피와 신체증상이 동반되므로 두 가지 치료를 병용하곤 합니다.